애니는 배가 아프면 다리를 쫙~ 펴고 따뜻한 곳에 배를 지지고는 한다.
그럴 때면 난 온수매트를 45도로 올려주는데(평소에는 42도)
온도 좀 올라가면 애니는 거의 녹아서 잔다.
배가 아파서 배를 최대한 온수매트에 접한 채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배가 아파서 먹는 것도 거부하고 잠만 자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
좀 찡하다.
그리고 또 3시간마다 한 번씩 컨디션이 바뀌던 때도 생각난다.
설사로 3시간마다 고비가 오는 상황일 땐
생각 지옥에 갇혀서 빠져나올 수 없었다.
혹시나 이러다 갑자기 잘못되면 어떡하지,
내가 아픈 아이를 너무 오래 붙잡고 있는 건 아닌가,
혹시 내가 도덕성이라는 굴레에 잡혀서 애 힘들게 하는 선택을 하고 있나,
혹시 이 아이가 살고 싶지 않은데 내가 붙잡고 있는 건가,
애가 살아있는 게 순전히 내 욕심 때문인가.
등등...
식사량이 줄고, 활동성도 줄어들어서 놀이 반응 없는 날도 그랬다.
정말 모든 게 다 내 잘못 같고, 내 욕심 같이 느껴졌다.
내가 이 재미없는 세상에 붙잡아둔 건 아닌지,
내가 내 힘으론 행복하게 만들 수 없는 애를 데려와서
오로지 내 이기심으로 붙잡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고는 했다.
마음이 약해진 틈에 파고들은 부정적인 생각들은
삶을 후려갈기다 못해 산산조각 낸다.
이 아이를 붙잡고 있는 게 네 이기심이 아니라 장담할 수 있겠냐고,
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보호자로 만났더라면 더 빨리 좋아지지 않았겠냐고,
아플 때 샵에 데려다줬으면 샵 사장님이 알아서 케어하셨을 텐데 왜 그렇게 사람을 불신하냐고,
끊임없이 질책 섞인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다가 뜻대로 안되면 사라진다.
(내 뇌가 만들어내는 생각이지만, 가끔 이게 사탄이 아니면 뭐가 사탄일까 싶다.)
큰 고비는 지나간 상황이라...
다시 저런 생각들에 빠져들어 고통 받지는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가끔 이런 모습을 볼 때면
그 때 그 참담한 심정이 다시 느껴지는 것 같아서 괴롭기는 하다.
오늘도 잠시 올 뻔 했는데ㅎㅎ
그 때와는 상황 자체가 달라서 금방 이겨낼 수 있었고.
내 정신건강을 위해, 그리고 또 애니를 위해
애니는 살고 싶어했고, 지금 살아있는 덕분에 행복하고, 또 오래오래 살고 싶어할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던 터라...
아니, 생각이 아니라 그렇게 믿기로 결심한 터라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애니를 만나고 알게 된 건데.
아주 가끔은 뭐가 진실인지 하나하나 꼬치꼬치 캐내지 말고
내가 믿고 싶은 대로 믿는 것도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인 것 같다.
확인할 수 없는 진실을 확인했다며 이 사실 저 사실 들쑤시는 꼴통보다는
믿고 싶은대로 믿고 바라는 방향대로 행동하는 대가리 꽃밭이 낫달까.
뭐가 어찌 됐든 난 애니 없이 못 살 것 같으니까.
우리 못난이 요정 없으면 못 살 것 같으니까.
마음 약해지는 일 없이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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