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는 몸이 안 좋아서인지 더더더 집사 껌딱지가 되었고.
작업하고 있는 내 옆에서 떨어지고 싶지 않은지
침대에서 책상 의자로, 또 내 어깨로 올라왔다.
평소처럼 어깨에 냅둔 채로 작업하려는데 오늘따라 오두방정인거다.
많이 아픈가 하고 작업 관두려는데 갑자기 목을 콱...!
놀라서 소리 질렀더니 애니도 놀라서 목을 콱 붙잡았고.
나중에는 내 머리카락에 발톱이 걸려서 못 놓고.
진짜 여기저기 다 긁히는데 눈물이...
하...
성질이 엄청 나는데...
때릴 수는 없고, 성질낼 수도 없어서 10분동안 이동장에 가둬놨다.
애니는 날 보며 열어달라고 울었지만 마음 굳게 먹고 안 열어줬다.
울음 소리에 마음 약해질까 다른 곳에 집중해야할 것 같아서 청소를 바짝 했는데,
청소를 승질 내면서 하니까 동생이 눈치챘는지 애니를 챙겨주려고 했다.
난 동생한테 무시하라고, 이 때 버릇 나빠지면 평생 저렇게 살 테니까 챙겨주지 말라고 했다.
동생은 아직 어린 애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고, 내가 나쁘다고 했고.
나는 동생한테 앞으로 15년 동안 얘한테 목 물리면서도 끝까지 책임지고 살 자신 있으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
동생은 이게 동물 학대라고 했고.
나는 얘가 어리니까 이 정도지, 크면 우리가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동생은 방으로 들어갔다.
나쁜 집사라고 욕 먹어도 상관없다.
난 애니를 집사를 사냥감으로 보는 고양이로, 목 물어재껴서 목에서 피나게 하는 고양이로 기를 생각 없다.
가끔 개 키우는 분들 '우리 개는 안 물어요.' 라는 개소리 시전하다가 다른 사람 다치면 '니가 우리 개 도발해서 그럼ㅇㅇ.'하는데ㅋ
실생활을 쭉 지켜보면 그런 개들은 주인도 장난스럽게 문다.
주인이 장난으로 인지해서 '문다.'고 인식하지 않고 지나갈 뿐, 무는 게 맞다.
남의 집 귀한 자식 다치게 한 개는 내 새끼라고, 내 가족인데 어떻게 버리냐고, 책임감 없는 짓이라며 감싸다가
막상 지가 낳은 지 자식 다치자 개새끼라고 파양하는 견주도 본 적 있는데.
그 개가 사람이었으면 타인에게 상해 입힌 폭력범, 더 나아가면 예비 살인범이다.
이유가 뭐가 됐든
난 성질머리가 못되쳐먹어서 10년 넘게 얘한테 목 물리면서도 '오구오구 내 새끼' 어화둥둥 할 생각없고.
예쁨 받고, 사랑 받을 수 있는 개를 사람 물고, 사고치는 개로 기르는 그딴 견주들이랑 동급될 생각은 더더욱 없다.
누군가가 내 양육방식이 잘못 됐다고 욕해도 이렇게 기를 거다.
반려동물 양육할 때의 책임은
아이가 속한 환경에 융화되어 잘 살 수 있게 만드는 거지,
속한 환경에 위협이 되는 존재가 되어도 끝까지 어화둥둥 해주는 게 아니다.
그런 의미로 난 애니가 잘못하면 10분 동안 혼자 둘 거다.
10분 동안 갇혀있던 애니는 다시 나와 공간을 조심스럽게 누볐고.
나는 애니한테 무관심을 주기로 했다.
그러자 물 마시는 척, 내내 기분을 살피는데
눈치밥 먹는 게 안타까웠지만 무시했다.
관심이 오지 않자 서운했던 건지, 아니면 그저 관심 받고 싶었는지
애니는 다시 한 번 어깨로 올라와 목을 물었고.
나는 또 가차없이 가뒀다.
그러자 애니도 뭔가가 잘못됏음을 알았는지 작업하는 책상에 올라와서 키보드 앞에 누웠고.
나는 애니가 책상에 있을 수 있도록 애니 전용 공간을 만들어줬다.
빵 봉투에 쿠션을 넣어서 주자 애니는 자기 자리인 걸 알고 쏙 들어갔고.
이게 맞냐는 듯 봤다.
맞다고 부드럽게 쓰담쓰담해주자, 그릉그릉 거렸고.
순간 가둬둔 게 미안해져서 더 잘해주기로 마음 먹었다.
행복하고, 좋은 글들만 남기고 싶었다.
부정적인 감정이 담긴 글이면 정보성이라도 강해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글은 정보도 없이 부정적이기만 하다.
오늘은 육묘일기를 쓰지말까 했지만 오늘도 지나가고 나면 하나의 과정으로 기억될 테니...
그냥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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