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글이네요.
육묘일기에 집사의 개인적인 일들을 적지 않으려고 굉장히 노력하는데요.
4월,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주 토요일 저녁, 건강이 편찮으시던 할아버지가 위독하다는 말을 전해들었는데요.
내려가보기로 한 4월의 마지막 날,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4월 마지막 날을 사랑하던 누군가의 임종으로 마무리했는데요.
정신적으로 힘든 와중에 계속 몸을 일으키도록 사고쳐주는(?) 애니 덕에 그나마 덜 우는 5월을 보낼 수 있던 것 같습니다.
5월의 애니 포스팅은 6월 1일에 올릴 예정이라 관련 얘기는 이만 줄이고자 합니다.
4월의 애니는 3월의 애니보다 더 강력한 사춘기가 온 것 같았습니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 주변에 화풀이하는 일이 빈번해졌고,
화풀이 해놓고 아차! 싶은지 미안하다는 듯 보다가 자존심 부리고 싶어서인지 고개를 홱 돌릴 때도 많았습니다.
(애니가 그럴 때면 제 사춘기도 저러지 않았을까 싶어 덩달아 반성할 때가 많았네요.)
주된 화풀이 방법으로는 정수기 상단부와 하단부를 분해한 뒤 뒤엎는 걸 택했었는데요.
화풀이 방법이 감전 위험성이 높다보니 저를 굉장히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애니는 제 난처한 표정이 재미있었나봅니다.
어느 날부터는 별 일 없는데도 정수기를 뒤엎고 집사의 표정을 지켜보는데...
그 모습이 부모님이 화내면 깔깔깔 웃는 얄미운 4살 같아서 화를 내야할지,
상단부와 하단부 분해하는 법도 안다고 똑똑하다며 웃어 넘겨야할지...
여러가지 만감이 교차하고는 했습니다.
엎어놓고 '나 다 컸지?' 하고 의기양양하게 쳐다보는 모습이란...ㅎㅎ
처음 2주는 굉장히 불안하고 초조했는데 마지막 주 한 주는 일어날 일은 일어날 테니 담대한 마음을 가지기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전기 코드와 정수기를 최대한 멀리 떨어뜨리게 되는...ㅎㅎ)
애니와 함께 한 지도 어느새 6개월입니다.
4월의 애니와의 관계는 극심한 사춘기 온 딸-엄마의 관계 같았는데요.
낯선 생명체와 함께한 지 6개월이 지났음에도 전 여전히 몬난 인간인 것 같습니다.
여전히 누군가와 함께하는 불편하고 행복한 삶보다는 혼자 사는 편하고 외로운 삶이 좋아보이고.
여전히 내 공간에 다른 생명체가 돌아다니는 게 피곤하게 느껴지고.
여전히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받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그런 와중에 애니와의 4월은 애니에 대한 애정과는 유독 별개로 괴롭고, 짜증나고, 번거로웠습니다.
이제는 적응할 법도 한데, '존재'에 익숙해지는 과정이 쉽지 않더라구요.
그렇게 역시나 생명체와의 공존은 힘들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는 찰나,
모든 생명체와의 시간은 제한되어있다는 걸 다시 한 번 느끼게 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그 일 이후 4월을 되돌아보니 그 불편한 시간들이 있었음에 감사하게 되더군요.
뒤돌아봤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제 곁에 있을 때 잘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습니다.
어느새 5월 중순이네요.
많이 더워진 5월이지만, 누가 5월 아니랄까봐 날씨가 굉장히 변덕스럽습니다.
보시고 계신 분들 갑작스러운 일교차로 인한 감기 조심하시고
가정의 달 5월, 가족들과 행복하고 따숩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그럼 이만, 육묘일기를 빙자한 집사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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