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애니 정리!
인생은 참 예측하지 못한 일의 연속이죠.
특수 관계였던 먼지 집사님과 헤어지기로 했습니다.
먼지 집사님과 연인 관계로 지내는 내내 이성과 감성이 따로 노는 것 같았는데요.
역시나 이성과 감성이 따로 노는 관계는 오래가지 못하나봅니다.
엉망진창인 제 뇌 구조만큼 인생도 엉망입니다.
신뢰 관계가 완전히 깨져 1대1의 연인으로 지낼 수는 없다면서도,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히 남아있는 터라 친구로 지내고 있습니다.
헤어진 연인과 친구로 지내는 게 말이 되냐고 해왔는데, 인생은 한치 앞을 모릅니다...ㅎㅎ
시나리오 작업이 끝나면 해외여행에 가겠다고 마음 먹은 상태였는데요.
여행지는 오사카(오사카-고베-교토)였습니다.
유학이나 봉사활동이 아니라 여행으로 간 해외는 처음이어서 정신없이 준비했는데요.
모든 예약이 확정되고 출발할 때가 되고서야 애니가 생각났습니다.
(집순이다 못해 방순이인 집사의 한계인가봅니다. 아주 당연한 걸 나중에서야 생각해요.)
외로움 많은 애니를 무신경하고 케어력 없는 남자 둘만 있는 집에 둘 수도 없고.
경계심 심한 애니를 낯선 사람, 낯선 환경에 내던져둘 수도 없다고 판단했고.
결국 익숙한 먼지 집사님 댁에 맡겨두기로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들어도 어질어질하겠지만,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다시 일할 계획을 세우고 원하던 회사의 면접에 운 좋게 붙자마자,
덜컥 둘째를 들이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동안 호주 갈 계획을 채우던 찰나라 둘째를 들이는 일은 쉽지 않아보였는데요.
호주 갈 계획이 강제로 미뤄지다보니 시들해지기도 했고,
먼지와 활발하게 잘 지내는 애니의 영상을 보기도 했고,
이번에 붙은 회사에는 오래 다녀야겠다는 마음이 더해지기도 했고,
먼지 집사님네 둘째가 건강한 걸 보며 용기를 얻기도 했고.
겸사겸사 저도 둘째를 들이기로 마음 먹고 알아봤습니다.
뭐에 홀린 듯, 둘째 입양에 박차를 가했는데요.
제가 선택한 둘째 아이 재키는 건강하지 않았습니다.
집에 데려오기 전, 샵에 딸린 동물병원에서 검진을 해줬는데요.
기본 검진 통해서 아픈 곳 없이 건강한 아이라는 확인을 받았습니다.
확인 받자마자 집에 데려오고 바로 합사 시켰는데.
내내 폴짝폴짝 뛰어다니며 건강하더니
제가 오랜만에 집을 비운 바로 그 시각, 구토를 했더라고요.
처음엔 구토인지 몰라서 설사가 급하게 나왔나보다 했습니다.
바뀐 습식이 잘 안 맞나보다,
아기고양이다보니 예민한가보다,
우리집에 오는 애기들은 한번씩 다 아프려나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켜보니 위액까지 토하고, 설사는 따로 화장실 가서 하더라구요.
다급하게 야간에 열고 있는 병원에 가서 테스트한 결과, 범백이라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이미 애니랑 재키가 잘 지낼 것 같아 합사를 빠르게 진행했는데도요.
(판단 능력에 문제가 많은 한 달이었습니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습니다.
집에서 같이 지내던 애니 범백 검사도 빠르게 진행했는데요.
다행히 3차까지 잘 맞은 애니는 음성이었습니다.
멘탈이 계속 나가는 과정에서 정신 부여잡고 하나하나 알아본 결과,
제가 사인한 분양계약서의 약관이 불공정약관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고요.
공정위는 강제력이 없어 미미한 것 같다는 글도 보았습니다.
둘째 관련해서 하고 싶은 말은 엄청 많지만,
소액분쟁심판 케이스로 갈 것 같아 생략합니다.
아픈 재키를 버릴 수도 없고,
전염성 높은 질병을 가진 재키와 애니를 같은 집에서 지내게 할 수도 없고.
결국 도움을 요청하게 된 건 먼지 집사님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사람 마음 가지고 그만 놀라고,
그만 이용해먹고 다른 곳에 맡기라고 할 것만 같은데요.
선택지가 없더라고요.
먼지 집사님은 애니를 위한 분리 공간을 내어주셨고,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애니는 먼지 집사님네에 있습니다.
지난 10개월?간 애니의 생일을 상상했습니다.
어떤 선물을 해줘야할지, 어떤 사진을 찍어줘야할지 고민했는데.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덜 떨어진 집사 덕분에
애니는 생일 축하한다는 말 조차 듣지 못했습니다.
애니가 있어야할 제 다리에 재키가 있는데요.
치사율 높은 질병임에도 고비인 2~5일을 지나
일주일 정도 잘 버텨주고 있는 재키에게 고맙고,
제 기도를 들어주시는 이름 모를 신께도 감사하지만.
애니의 무게감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늘 그렇듯 두서 없이 적는 글이라 어떻게 마무리 해야할 지 모르겠는데요.
이번 주 안에 재키가 범백 확진 판정 받기를,
깨끗하게 소독된, 새로운 물품이 가득한 집에 애니가 돌아올 수 있기를,
두 마리의 고양이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8월이 되기를 기도하며.
7월의 애니 포스팅도 끝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