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는 몇 시간마다 고비가 오는 거 같다.
숨을 헐떡이는 과호흡 증세를 보였다가 고이 자다가 몸이 날아갈듯 기침을 했다가 고이 잔다...
집사랑 같이 있고는 싶고, 아픈 모습 보이기는 싫어서 자꾸 허벅지 쪽으로 내려가서 자는데.
그게 너무 속상해서 배 위로 올려두고 자기 시작했다.
웃긴 게 배 위에 올려두면 내려가지 않는다.
꼭 한 번씩 손이 가게 만드는, 불필요한 과정을 반복하게 하는 아이다.
목 아플 거 같은 자세로 자는 애니ㅠㅠ
너무 힘들어서... 이러다 애니 죽고 나도 죽겠다 싶어서...
병원으로 갔다.
320그람으로 온 애니는 오늘 270그람으로 몸무게가 무려 50그람 줄어있는 상태였다.
데려올 때 애니를 잘 키우겠다고 생각했는데.
7월 30일 생이니까 적어도 10월 31일에는 800g으로 만들겠다고 생각했는데.
불가능한 꿈이었나보다.
애니랑 잘 지내고 싶어서, 애니 편하게 해주고 싶어서, 애니 스트레스 주지 않고 싶어서 강제급여를 멈춘 거였는데.
애니는 관계를 고려할 만큼 건강한 아이가 아니었다.
저번에 간 그 병원으로 갔는데 의사선생님은 오늘도 애니를 어려워하셨다.
변 검사 결과 트리코모나스로 나왔다.
설사 냄새가 지독하다 싶을 때 빠르게 약 처방 받았어야했는데.
내가 병을 키워 놓은 것만 같아 죄책감 들었다.
배가 빵빵해지고 있길래 내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엑스레이 결과 복부팽창이었고, 위장에 음식물이 거의 없다고 했다.
열심히 먹는 거 같아도 양이 줄지 않아서 이상하다 싶기는 했다.
그래도 제 딴에는 열심히 먹는 거 같길래 내가 너무 많은 양 먹기를 기대하나보다 하고 넘겼는데.
그냥 정말 내가 케어를 못한 거였다.
말 안 통하는 이 아이에게 천천히, 씹어서 먹는 방법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나 싶어서 막막하다.
지난 며칠간 애니 앞에서 일부러 쩝쩝, 딱딱 소리를 내며 음식을 먹었는데.
아무래도 나를 보고 그대로 따라하게 하는 건 무리인 거 같다.
다른 고양이와 섞어지내도록 냅두는 게 나았나 싶어서 괴롭다가도
내가 데려와서 그나마 설사 치료도 받고 밥도 먹는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
안쓰러운 애니 뒷모습ㅜㅜ
또 다시 전쟁이다.
3시간마다 밥을 꼬박꼬박 먹이고.
먹기 싫어하는 가루약도 먹여야 한다.
기침약은 하루2번, 설사약은 하루 1번.
약을 꼬박꼬박 먹이고, 안약도 집어넣어줘야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눈 검사 결과가 좋다는 거였다.
애니는 왼쪽눈(마주봤을 때 오른쪽눈)이 약한 편이다.
조금이라도 어디가 불편하면 왼쪽 눈을 똑바로 못 뜬다.
허피스가 심해지면 실명도 온다고 해서 내심 걱정이었는데 시력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지금은 애니라고 부르고 있지만, 10월에는 아리였고. 동물병원에 아리로 등록되어있다.
사료 관련 질문을 드렸는데
선생님은 사료 바꿔서 탈나는 거 생각할 때가 아니라고.
어차피 이 아이는 트리코모나스 때문에 설사를 할 테니 일단 애가 좋아하는 거로 잔뜩 먹이라고 하셨다.
츄르가 짜고 뭐고 간에 이 정도면 그냥 먹고 보는 게 중요하다고.
일단 샵에서 보내준 로얄캐닌 마더앤베이비는 아이랑 묘하게 안 맞는 거 같아서...
ad캔을 받아왔다.
그리고 뭔가 느낌이 좋던 ad캔은 대성공.
ad캔을 잘 먹길래 살짝 약을 섞어서 줬더니 귀신 같이 알고 뒤돌았다.
어쩔 수 없이 강제급여구나 하고 약 넣은 부분만 쪽 빼서 주사기로 먹였다.
6cc가 이렇게 많은 양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껌딱지 같던 애니는 삐져서 등을 돌리고 누웠다.
허벅지에 붙어있지도 않고.
약 기운을 못 이기고 있는 것 같았다.
밥을 다 먹인 후에 약을 먹였어야했는데...
약 먹이기에 급급해서 너무 빈속에 먹인 거 같다.
애니가 온 후 못 먹고 못 자서인지 47키로그람이 됐다.
마감도 3주 남았는데... 체력적으로 후달린다.
샵에서 케어 해준대서 순간, 맡기고 싶었다.
의사 선생님도 아픈 아이한테 돈 쓰다가 안 좋은 결과 받으면 너무 힘들 거라고, 샵에 케어 맡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는데...
원충 나와서 힘들어하는 애랑 다른 애들이 뒤섞이다가 무슨 병을 옮아올지 몰라서...
다시 보내지 않기로 했다.
내가 힘내서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강해지자.
트리코모나스 박멸하자.
애니가 설혹 날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게 된다고 해도.
해로운 거 다 박멸하고 미움 받을 거야.
힘내자.
아직 갈 길이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