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22.10.02 ~ing🫶🏻/22년 10월
2022/10/04 - 병원행.
ANNiE와 JENNiNE
2022. 11. 23.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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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는 도도하게 내 침대에 누워서 자더니 갑자기 뒷발로 내 신상 하얀 이불ㅠㅠ을 긁기 시작했다...
화가 나려는 찰나에 아리 얼굴을 보니 표정이... 긴박했다.
바로 화장실에 넣어줬다.
많이 급했나...
모래를 사정없이 휘갈기고 내가 좋아하는 차 박스ㅠㅠ 바닥에 응아를 하는데...
쪼매난 게 설사를 하는 건 둘째치고 냄새가 내 설사보다 심했다.
순간, 잘못된 만남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잘못된 거 같았다.)
그렇게 볼 일을 다 본 후 방 여기저기를 탐험하더니 다시 나를 봤다.
올려달라는 거였다.

올려주니까 또 좋다고 이불에 쏙 들어가서 자는데...
아 집사들이 침대를 이렇게 뺏기는 구나 싶었다.
많은 고양이들을 임보 해왔지만 단 한 번도 내 침대를 뺏긴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 녀석은 정말 강적이었다.
보통 고양이들은 구석에 쳐박혀서 관찰하다가, ‘아 이 닝겐이 안전한 닝겐이구나.’ 하는 판단이 들면 그제서야 다가와 냄새 맡고, 눈치 보듯 살다가 시간 되면 나갔는데...
애니는 그냥 지 방인 듯 침대부터 점령했다.
그 와중에 침대에 누워있는 뒷모습이 작다 못해 가소로워서...
‘저 쪼매난 게...’ ‘찐따 같은 게...’ 싶었다.
그렇게 작업하는데 새로운 생명체의 존재가 거슬리기 시작하니까 잠이 안왔다.
또 어딘가 걱정이 되기도 했던 거 같다.
‘쟤가 저렇게 죽으면 어쩌지.’ 싶어서 몇 번씩 확인했다.
처음엔 화들짝 놀라던 아리도 적응했는지 ‘또 살피냐?’하는 눈빛을 보내고 다시 쿨쿨 자기 시작했다.
이렇게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나보다 싶던 찰나, 애니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또 뒷발로 이불을 긁었다.
이번엔 도와주지 않겠다고 무시했는데, 침대 밑 공간에 반쯤 넣어둔 화장실로 점프하려는 애니가... 너무 작았다...
떨어지면 분명 골절이다 싶었다.
하는 수 없이 내려줬는데 정말 내려두자마자 미친 듯이ㅋㅋㅋㅋㅋㅋㅋㅋ 모래를 여기저기 흩날리며 급하게 쌌다.
애니는 보면 볼수록 화장실 매너가 똥매너다.
액체 소리가 나길래 오줌인 줄 알았는데 공기가 꽉찼다가 나오는 소리가 들려서 돌아보니 똥이었다.
또 설사를 한 거다.
급한 대로 휴지 가져와서 발 닦아주고, 응꼬도 닦아줬는데 내 손이 못 미더웠는지 발버둥 쳐서 빠져나가고는 스스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설사 2번 했는데 밥은 왜 안 먹나 싶어서 일단은 자율로 먹도록 다시 먹이를 앞에 가져다줬는데 거부했다.
저혈당 쇼크오면 어쩌나, 수분 부족? 올까봐 바로 입에다 묻혀주기 시작했다.
피하면서도 먹기는 먹길래 입에 더 묻히려는데 피해서 혼자서 스스로 먹을 때까지 기다리려고 했다.
(생각해보면 낯선 사람이 주는 거 받아먹는 게 이상하지)
그런데 설사하고 난 후 몸이 추운지 그냥 내 옆에 딱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 하는 거다.
그제서야 저혈당 같은 게 문제가 아니라 추운 게 문제다 싶어서 온수매트 틀었다.
나 추울 때도 잘 안 틀었는데... 쪼매난 게 호강이란 호강은 다 누리고...
그렇게 또 기 싸움에서 졌다.
내가 주인이고 싶었는데...
그 후 새벽, 강제급여를 할까 했는데 잠에서 깨지 않았다.
분명히 숨은 쉬고 있고, 내가 건드리면 눈은 뜨는데...
정신이 몽롱한 듯 깨지는 않아서 속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뜬 눈으로 밤을 세우고 병원으로 직행.
처음 가려던 병원은 집에서 제일 가까운 병원이었는데 예약 손님이 12시까지 있고, 예약 손님을 기다리게 할 수 없다며 거절.
일 리 있었다.
급한 건 맞지만 그 쪽 입장이 일 리 있었다.
근데 그 일 리 있는 말에 자꾸만 화가 났다.
택시 타고 고양이 전용 병원에 갔다.
진료실 들어가기까지도 오래 걸리고, 진료실 안에서 의사 기다린 시간도 오래 걸렸는데.
의사가 개싸가지.
분양 받아온 줄 안 의사가 왜 이런 애를 데려오셨냐, 파양시키라고 했다.
미친X.
얘가 이렇게 작고 마른 애를 파양하면 어떻게 될지 알면서.
정말 저런 게 수의사라고 있나 싶어서 분노게이지가 차오르는 찰나...
아이를 보더니 자기는 증상만 봐도 안다며 이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아 상부 호흡기 감염에 걸린 거라고 했다.
X레이를 찍어보지도 않고 자기는 보기만해도 안다, 얘는 상부 호흡기 감염이 확실하다고 진단하는데 무슨 무당인 줄ㅋ
파보가 걱정되서 온 거다 했더니 자기들 입원실은 꽉 차서 수용할 수 없다고, 여기서 검사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했다.
파보 검사라도 해달라고, 여기서 진단 받고 다른 병원에 소견서 제출해서 입원하면 되지 않냐고 하자 여기에 입원할 것도 아닌데 검사 하는 거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면 연령대라도 봐달라, 아이가 2개월이 넘은 애로 알고 있는데 2개월이 안 넘은 아이면 분유부터 먹이려고 한다 했더니 이빨도 안 보고 1개월은 넘었겠네요.
무게는 왜 안 재주냐고 했더니 그제서야 무게를 재고, 귀 좀 봐달라니까 귀를 보는 게 스트레스라며 피하고, 체온은 왜 안 재주냐고 했더니 그제서야 체온을 재는 미친년.
체온 재는 과정에서 아리가 괴로워하니까 “보셨죠. 보호자님? 이런 어린 애들한테는 병원에 오는 거 자체가 스트레스예요. 파양하시는 게 맞아요.”
진짜 미친X.
윤리나 도덕은 하나도 모르고 공부만 뼈빠지게 해서 평생 지 하나 입에만 풀칠하고 살겠지.
내가 멘붕하는 사이 왜 이런 애를 왜 분양 받아왔냐, 분양샵이랑 얘기는 해봤냐, 분양샵에선 병원 온 거 아냐, 계약서상 15일까지 파양 가능하니까 파양해라, 결정은 니가 하는 거다, 판단 잘해라를 퍼부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생명은 소중한 건데 보호자님이 너무 생각 없이 예쁘다고 데려온 거 같다."라고 하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파양 유도하다가 급 도덕적인 척 생명이 소중하다는 앞뒤가 안 맞는 소리하는데 가증스럽다 못해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급해서 "파양 생각할 테니 검사부터 해달라."니까 "만약 얘가 파보면, 얘를 만진 손으로 다른 애들 만지는 게 되는 건데 그렇게 되면 다른 애들도 아프지 않겠냐."
개미친X.
차라리 처음부터 "우리 병원은 치사율 높은 병이 있는 환자묘는 안 받아요."그렇게 쳐말할 것이지.
강제 급여하게 주사 바늘 뺀 주사기라도 달라니까, 기도로 들어가면 어쩌려고 그러냐고 하는데ㅋㅋ
강제급여 할 줄 안다니까 안 준다고, 그래놓고 새끼 때는 아웃풋보다 인풋이 많아야한다 하는데ㅋㅋ
어쩌라고ㅋㅋ 누가 그걸 몰라서 병원에 왔냐고ㅋㅋ
인격 아작난 무당 의사한테 검사 받느니 돌팔이한테 받겠다 생각하고 결제하려는데 간호사가 사료를 내밀었다.
ㅋ 기본적인 무게 재는 것도 내가 요청하니까 그제서야 해놓고, 그렇게 자신하던 '상부 호흡기 감염'약 처방도 안 줘놓고, 사료부터 들이미는 병원ㅋ
언제부터 병원이 사료팔이가 되었나 ㅋ
그 와중에 내민 사료가 집에 있는 사료랑 똑같길래(로얄캐닌 베이비 앤 맘) 필요 없다고 집에 있다고 하고 진료비만 결제했다.
그 진료비가 22,000원이었다.
검사 받은 게 없고, 처방 받은 게 없고, 파양 권유 받다가, 갑자기 생명은 소중한 거다 란 앞뒤가 안맞는 소리 듣고, 기본적인 상식 곁들인 잔소리만 쳐듣다왔는데ㅋㅋ 22,000원ㅋㅋ
약해진 애들 상대로 돈 버는 거 쉽다.
집으로 가는 길, 첫번째로 간 동물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12시인데 다른 병원에서 진료 잘 받았냐고, 그렇게 보내서 미안하다고.
그래서 입원 못 하는데 여기서 검사를 왜 하냐고 퇴짜 맞았고, 기본적인 검사 못했고, 의사가 되서 파양하라고 하더라, 파보면 다른 애한테 옮아서 검진 안된다, 입원이 안된다고 검진조차 안해주는 병원에 다시는 가기 싫다 라고 했더니 지금 오시라고 했다.
그렇게 애니는 다시 병원에 들어섰고, 이번 병원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적극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탐색하기 시작했고, 의사선생님의 손길을 잘 받아들였다.
선생님은 활동하는 애니를 보며 파보는 아닐 것 같다, 이빨을 살피시고 2개월은 맞는데 아이가 너무 인풋 없이 아웃풋만 한 거 같다, 귀에 진드기는 없는지, 눈에 이상은 없는지 살펴보시고, 허피스라는 결론을 내려주셨다.
허피스 약 처방해달라고 말씀드리자 허피스 약을 처방하기엔 아이가 너무 작다고, 무게가 너무 적게 나가서 약기운을 못 이겨낼 거라고 하셨다.
일단은 무조건 먹이라고 하셔서 다시 강제급여 시작.
앞전 병원과 달리 바늘 뺀 주사기 3개나 주셨다.
감사한 게 진료비를 아예 안 받으셨다.
진료비 결제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지만, 결제하지 말라고.
대신에 아이가 똥 싸면 똥 퍼오라고, 바로 검사해주겠다고 하셨다.
끝으로 아이 종을 물으셨는데 데본 렉스라고 몇 번을 말해도 못 알아 들으신 거로 보아 내 발음에 문제가 있는 게 확실한 거 같다.
(의사선생님은 아무 잘못이 없어.)
집에 와서 베이비앤맘 1 물 1 비율로 죽어라고 섞어서 주사기에 넣고 아리 입에 물렸다.
애니는 2cc를 잘 받아먹고는 기침을 했다.
온 몸으로 토할 것처럼.
진짜 마음이 찢어질 거 같은데 일단은 먹이는 게 급선무라 또 먹였다.
어떤 생명체가 살아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이렇게 간절히 해본 적 없다.
근데 이상하게 애니는 살아있게만 해달라고 빌게 되었다.
애가 어디 조금 모지라도 되고, 눈이 계속 사시끼가 있어도 되고, 지금처럼 못나게 생겨도 되니까...
일단 살아있게만 해달라고 빌었다.
다행히 애니는 토를 안 했다.
넘겼다. 꾸역꾸역.
그리고 변을 봤는데 조금은 변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그리고 또 있다가 자는 애 깨워서 2cc를 먹이고, 절반은 먹뱉하듯 2cc를 먹였다.
애니는 토할 거 같이 온 몸으로 기침을 하면서도 잘 참아주었다.
그리고 기운 차렸는지 침대에서 내 작업실 책상으로 점프를 시도하다 실패했다.
골절 없나 살피고, 괜찮은 게 보이자 책상 위로 올렸다.
애니는 키보드도 눌러보고 모니터 뒤의 냄새를 맡아보고, 노트북을 물어보고;ㅎ
책상 옆 책꽂이 필통에 꽂힌 볼펜들, 샤프들도 구경했다.
곧 도로 침대에 데려다달라는 눈빛을 보내서 침대에 데려다줘야했지만
뭔가에 관심을 쏟을 기력이 생겼다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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