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iE와 JENNiNE 2022. 11. 24.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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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d캔 5분의 2
  • 끙아 2번 - 7단계 1번, 6단계 1번. 여전히 냄새 지독함
  • 쉬 3번 - 새벽 1번, 오전 1번, 오후에 1번
  • 분당 호흡수 34번(골골송 부를 때
  • 인공눈물 (08시 40분, 13시 10분, 23시 21분)
  • 화장솜 그루밍 O
  • 플라고 치약 X
 
며칠 전 병원 진료 때 어릴 때 여러가지 맛을 보게 해줘야 커서 편식 없이 잘 먹는대서 퍼시캣 습식사료 7가지 맛을 시켜놨었다.
지금 먹는 ad캔은 칠면조, 소가 들어간 캔이라 첫번째 시도는 해산물로 해보고 싶었고.
어제 저녁 참치 쉬림프부터 땃다.
캔사료 열자마자 냄새 맡고 혀부터 대길래 '기호성 하나는 최고구나!' 하고 ad캔 90에 참치 쉬림프 10으로 섞어서 줬는데..
새벽 2시에 일어나서 보니 끽해봐야 한입 두입 먹고 만 것 같았다.
(이건 뭐 아예 안 먹은 줄 알았는데 사료에 턱 자국이 찍혀있었고, 턱에도 사료가 묻어있었다.)
어제 저녁 8시에 저녁 세팅 해두고 자고, 어제 밤 11시 43분에 먹었으리라 생각하고 설사약 먹이고 다시 잤는데...
3시간 공복인 상태에서 설사약 먹고, 그후 3시간은 다시 공복으로 지낸 셈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얕은 잠 자다 깬 애니ㅋㅋㅋ
 
너무 이른 걱정을 하는 걸 수도 있지만, 애니는 밥을 씹어먹는 게 아니라 핥아먹는 편이다.
고양이들은 소화력이 약해서 씹지않고 그냥 넘기면 통째로 나온다고, 씹어서 삼켜야 소화가 된다고 알고 있는데
애니는 씹는 습관을 익힐 기회가 없는 거 같다.
어느정도 씹을 게 있는 습식이 아니라 환묘용 습식으로 아주 곱~게 갈려나온 습식을 먹고 있으니 말이다.
ad캔에 키튼 건사료 1알을 4분의 1로 쪼개서 콕콕콕콕 넣어 놓은 적이 있었는데
4분의 1로 쪼개 놓은 키튼 사료 씹는 것조차 버거워 했다.
(그나마도 4분의 1조각은 먹다가 귀찮은지 뱉었다.)
리브클리어 사료 냄새 맡고 혀 낼름 내밀며 핥는 거 보면 분명 좋아하는데.
씹는 습관이 안 되어있고, 얼굴 자체가 워낙 작아서 빨아먹다가 뱉는 거다.
 
 
똥배 자랑하는 애니ㅋㅋㅋ
 
내가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것 같아 모범이 되어줄 둘째 아이가 간절해졌다.
인간 세계에선 어떨지 몰라도 고양이 세계에선 데본이 제일 못생긴 고양이라고 하길래
혹시나 우리 공주 못생겼다고 하대 받을까봐ㅠㅠ
이왕이면 같은 데본을 들이고, 마땅한 아이가 없으면 단모로 볼 생각이었다.
요즘 유독 애니의 2세를 보고 싶어지면 어쩌지 싶을 때가 많은데.
어떤 성격인지, 어떻게 자랐는지, 어떤 질병을 가지고 있을지 모를 남아와 성병 위험이 있는 상태에 노출시키며 2세 만들게 하느니
내가 내 손으로 키운 아이를 아리와 맺어주고, 몇 마리든 한 번 낳고나면 바로 중성화하자고 결론이 났고.
겸사겸사 둘째는 남아로 들이는 거로 결정했다.
사실 내 입장에서 품종은 그닥 중요하지 않은 거 같았고, 믹스가 더 건강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서ㅎㅎ
단모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꽤 열어둔 상황이었는데 데본은 데본이랑 커야한다는 게 분양하는 사람들의 말이었다.
 
그렇게 또 예약금 요구하는 업체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나는 애완동물 분양 시스템을 이해할 수 없을 거 같다.
들어온 아이가 없는데, 내가 어떤 아이를 좋아할 줄 알고 예약금을 요구하는 걸까.
분양 하겠다고 들여놓고 내가 싫다고 하면, 그 아이는 어떻게 책임지려고 예약금을 요구하는 걸까.
없는 아이를 예약하겠다고 입금할 수는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는데,
어떤 업체는 150만원에 분양갈 아이 110만원에 분양할테니 다시 한 번 예약금을 걸라고 했고.
정중하게 두 번 거절했는데도 5만원도 못 거냐고 타박했다.
누가 보면 돈 맡겨놓은 줄...;
뭐 이렇게 강압적인 업체가 다 있나 싶던 찰나에 휴대전화로 타 업체랑 얘기하는 사이, 로그인 된 피씨 카톡창에 불이 나있었다.
‘예약금을 거시면 110만원에 해드린다는데 예약금은 걸기싫고 건강한 아이로 분양받고 싶은데 150은 또 고민되세요?’라고 비꼬고 있는데...
‘아... 그치... 인연을 소중히 여기네, 생명을 소중히 여기네 해도 업자들은 업자들이지.’ 싶었다.
씹으려다가 답장으로 길게 하나하나 타박했다.
 
이미 애들 있는 업체랑만 대화했는데, 내가 말하는 조건에 정확하게 응답하는 업체는 잘 없었다.
외모는 안 본다, 첫째랑 합사 가능해야해서 너무 크거나 다른 고양이들이랑 잘 못 지내는 성격이면 곤란하다, 남아여야 한다, 분양가도 같이 알려달라하고.
실컷 아이 얘기 하고 나면 여아거나, 1키로 후반대거나, 성격 관련해서 답변을 못하거나, 성격은 주인 따라간다는 개소리 등등.
(애니를 키우기 전이었다면 주인 따라간다는 말을 믿었을 테지만, 애니 키운 이후 개소리라고 생각하게 됨) 
내가 말하는 조건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분양가가 어떻고, 우리 아이 퀄리티가 어떻고...
 
뜬금없지만 나는 생명에 퀄리티라는 단어가 붙는게 왜 그렇게 불쾌한지 모르겠다.
누가 우리 애니 퀄리티가 어떻다 저떻다 하면 정말 기분 나쁠 거 같은데...
프로불편러인가보다.
 
그렇게 하나, 둘 거르던 찰나에 친절하게 잘 설명해주시려는 분들(이 분들은 업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을 볼 수 있었는데.
포레스트엘프, 루루캣, 킨더펫, 아남카라, 냥이오빠네(여긴 데본 아이가 없었지만ㅠㅠ), 달별이집, 럭스펫 정도였다.
그 중 포레스트엘프, 루루캣에서 브리더 타입, 펫 타입에 대해 설명해주시며 2세는 안된다고 하셨고.
특히 루루캣 운영하시는 분이 7월 25일에 태어난 아이들의 3주 전 무게를 제일 많이 나가는 아이부터 제일 적게 나가는 아이까지 말씀해주셨다.
(정말 감사한 분...ㅠㅠ)
그 덕에 애니는 다른 아이들의 4분의 1정도 밖에 안된다는 걸 알게 되었고.
2세는 200% 내 욕심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데본렉스 톡방을 통해 워낙에 작은 아이인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작다는 게 실감났다.
케어를 더 잘해야겠다.
 
 
요즘 목소리가 유독 커진 애니

 

남아로 볼 필요가 크게 없어진 찰나에 다른 분과 얘기하는데...
무게를 듣고는 사진 줘보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너무 어린 고양이를 데려온 것 같다고, 데본 브리딩까지 하고 있어서 아는데 어금니 45일 안에 난다고,
데리고 올 때 40일 가량 된 아이로 보이고, 2주 지나서 이제 두 달 됐다고 쳐도 너무 어리다고...
여러가지 말씀을 하시는데 갑자기 피꺼솟 하기 시작했다.
애니가 45일된 상태로 온 거면 난 애가 소화도 못 시키는 습식사료 주며 왜 안 먹냐, 왜 설사 안 멈추냐, 왜 무게가 안 늘어나냐 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애 잡은 거 밖에 안되는 거니까...
건사료 안 먹는 것도, 유독 작은 것도, 설사하는 것도, 병이 잘 안 낫는 것도.
다 내가 어린 애한테 잘못된 먹이를 줘서 장이 뒤집어진 걸 수 있으니까...
미치기 시작했다.
 
결국 잘 지내던 사장님께 개체관리카드까지 요구하며 난리를 피웠고, 사장님은 아예 부모묘 주인분 전화번호를 주셨다.
남자친구(이제는 전남친)는 왜 이렇게 못 싸워서 안달이냐, 해결책을 찾아라, 병원 가라고 했는데
내가 병원 안 다니고 약을 안 먹이고 있냐고, 332그람인 거 확인 후 아이 받아줄 수 있냐고 다시 전화 돌렸다고, 데본이면 일단 안 받는 곳도 있었다고.
그냥 정말 미친 듯이 싸우다가 결국 더 이상 얘기하지 말자고 했다.
그 사이 온 부모묘 사진들을 받아들고 상세정보를 확인했는데, 제일 오래된 사진은 9월 27일에 찍은 사진이었다.
갓 태어났을 때 사진 좀 보내주면 안 되겠냐고 했지만 없다고 하셨고.
덕분에 사실 확인을 할 수 없게 됐다.
 
동배아이 관련해서 여쭤보자 동배아이는 420그람? 440그람? 나간다고 하셨다.
도대체 이 집 아이들은 왜 이렇게 작나 싶다.
부모묘 주인분과 얘기하고, 사장님과 통화 후 진이 쫙 빠지고 나니 내가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건가 싶었다.
 
어차피 따져봤자 애니는 약한 아이거나, 케어를 제대로 못 받아서 약해진 아이거나인데.
결론은 같았다.
내 손이 많이 필요한 아이라는 거.
그럼에도 그 결론을 확인하는 과정이 더럽고, 지겹고, 지치는 과정이었다.
결론은 그냥 다 덮고, 눈 가린 채 믿고, 애니나 잘 케어하고 살기로 했다.
 
의사선생님 말대로 로니다졸을 구해볼까 했지만 포기하기로 했다.
설사로 인한 탈수로 죽나, 로니다졸 부작용으로 죽나...
죽을 아이면 죽는 거라고 생각했다.
자연 치유될 수 있다는데 그 2년 설사 치우기 귀찮다고 332그람 아이한테 죽을 수도 있는 극약 먹이는 일은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닥치고 애 잘 먹는 거나 먹이고, 설사양보다 먹는 양이 더 많게 해주자고 마음 먹었고.
몸집은 다른 아이들보다 작아도, 행복한 아이로 만들어주기로 했다.
그런 의미로 인트라젠 주문했고.
둘째는 정말 신뢰가는 업체가 아니면, 묘연 느껴지지 않으면, 건강한 아이가 아니면 안 데리고 올 거다.
 
 
그나저나 내 화난 목소리를 처음 들은 애니는 오늘 하루종일 밥도 거의 안 먹고 내 옆에 딱 붙어있었다.
화났을 때는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발견했는데 울컥...
 
어릴 때 엄마, 아빠 성난 목소리로 싸우는 내용 들으면서 버려질까 싶어 유독 불안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 때 난 엄마, 아빠 기분 풀어보려고, 절대 나 버리지 말라고 애교를 더 부렸던 기억이 있다.
근데 이상하게 오늘의 아리가 딱 그런 느낌이라서... 그게 너무 미안했다.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난 내 나름대로 애니한테 안정감을 주려고 노력한 거 같은데
이 아이는 내가 힘들면 자기를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조금은 있나보다.
그게 아니라고해도 내가 느끼는 감정에 영향을 크게 받는 거고...
나 같이 못난 주인도 주인이라고 옆에 촥 붙어서 졸고 있다가 배 보여주며 애교 부리는데...
그게 진짜 찡하면서도, 또 고마웠다.
 
그동안 나는 내가 애니를 구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애니가 날 구해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마워. 애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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