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5월의 애니와 재키
어버이날과 어린이날이 껴있는 가정의 달 5월.
애니, 재키, 솜뭉치(이제는 찐주인을 찾아간 새로운 아이)와 시간을 많이 보냈던 것 같습니다.
분명 5월 초에는 애니 재키와 시간을 많이 보냈는데
5월 말에는 새로 들어온 솜뭉치를 케어하느라 두 아이들 케어를 못 해줬어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던가요.
처음 재키를 데려왔을 때 애니와 재키 격리를 너무 짧게 시켜서
새벽에 병원에 데려가 애니 걱정하던 때가 있었는데
이번엔 격리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냅다 솜뭉치를 들이고 재키를 걱정했습니다.
그렇게 겪어놓고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멍청함이란...ㅠ
어릴 때 참 많이 속 썩이던 애니는 건강한가봅니다.
허피스 있는 아이 핥아주고 놀아줘도 허피스에 옮지 않았어요.
몸집이 제법 커진 재키는 건강할 거로만 믿었는데, 몸만 큰 연약한 개체였나봅니다.
경계가 끝나고 붙어서 놀이 시작하고 이틀 후부터 허피스 증세를 보이더라고요.
(다시는 냥줍하지 않으려고요.)
다시 한 번 알게 된 건
애니는 여전히 처음엔 경계심이 많지만, 천천히 친해지고 나면 스윗하다는 거였어요.
솜뭉치를 막 데려왔을 때 어울리지 않게 계속 하악질하고 제 무릎에 앉아있으면 줘패더라고요.
둘이 잘 지내기는 글렀다 싶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저보다 잘 케어하고 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애니는 집사를 경계하고 집사가 보면 밥도 먹는둥 마는둥, 잠도 못 자는 아이였어요.
그러다 시간이 지나고 나니 집사 옆을 한시도 못 떠나는 집사 껌딱지가 된 거고요.
전 애니가 살면서 스윗한 성격으로 바뀐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한결 같은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애니는 친숙하다고 느끼면 양보도 가능하고, 바운더리 조절도 가능한 아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알게 된 건
재키는 마냥 순둥순둥하고 스윗할 것 같지만, 자신만의 바운더리가 쎄다는 거였어요.
막 데려왔을 때에도 몇 시간 경계하다가 밤에 집사 품에 안겨서 자는 아이였는데요.
시간이 지나고 나니 민감한 영역을 집사가 건들면 하악질 할 정도로 싫어하더라고요.
어릴 때 고생고생 살려놨더니, 지 고집 피우는 거 보면 서운할 때가 좀 있었는데요.
이번에 솜뭉치를 데려왔을 때도 비슷한 양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다가가서 이리저리 살피고 쫓아다녔지만,
먹을 거 앞에 두고라던가, 배에 손이 닿는다던가, 자기 이동장에 들어가는 등
민감한 영역을 침범 당했다고 여기면 바로 줘패고 쫓아내더라고요.
당황스러웠는데, 잘 생각해보면 수컷이라는 동물이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다보니
품안의 아기에서 수컷으로 잘 크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새끼 고양이 모시고 살게 되면서 아이들의 성격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이제 불쌍하다고 데려오는 일 안 하려고요.
솜뭉치 자체는 오자마자 골골송 부르며 똥꼬발랄 집사 쫓아다니고
칭찬해주면 신나서 밥 잘 먹고 애교 부리는 그저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였는데.
제 새끼한테 허피스 옮기고 제 새끼 아픈 거 보니 약간은 미워지는 거 있죠.
솜뭉치라는 생명체의 본질은 그대로인데 상황이 바뀌고 나니 감정이 바뀌더라고요.
저라는 인간도 결국 상황을 살아가는 동물에 불과했어요.
언젠가 또 망각하고 또 다른 고양이를 불쌍하다고 무턱 데려오고
또 내 새끼들의 건강을 과신해서 분리가 필요없다고 판단하는 똑같은 실수를 할 수도 있지만.
웬만하면 제 새끼를 잘 키우는 쪽으로 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시간 들여 겨우겨우 가까워진 존재들을 가벼이 져버리는 짓은 하지 않으려고요.
가정의 달이라고 같이 사는 생명체들에 대해 주절주절 떠드는 글이 길어졌네요.
늘 마지막을 어떻게 정리해야할지 모르겠는데요.
이 글을 보시는 모두의 5월이 평안했기를 바랍니다.
6월도 행복했기를 바라고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