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애니와 재키
어느새 11월도 끝.
2023년도 12월 한 달 남았습니다.
글 보고 계신 분들은 12월을 어떻게 살고 계신지 궁금하네요.
2023년 11월은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랴, 알고 있던 사람을 완전히 정리하랴 바빴는데요.
정리하는 과정도 굉장히 치졸하고 지저분해져서 자존감 내려가고.
새로운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온전히 몰입하지 못해서 힘들고.
잘 있던 캣폴이 무너져내린다던가 용품들의 고장도 많아 언성이 높아질 때도 많았습니다..
그 와중에 독립 관련 대출 문제도 겹쳐서 정신적으로도 굉장히 피곤했는데요.
덕분에 아이들한테도 소홀해서 한 달 내내 미안했던 것 같습니다.
독립이 처음이다보니 용달을 부르기 보다는 아버지 찬스를 택했는데요.
첫 한 주 동안 애기들 용품이 덜 옮겨진 상태였습니다.
낯선 냄새가 나는 낯선 공간에서 그 흔한 스크레쳐 없는 지내는데도
집사랑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인지 골골송이 많아진 아이들을 보니
정말 왈칵 눈물 쏟아지더라고요.
그리고 그 때 정신차린 것 같습니다.
원래대로라면 아마도 전 새벽내내 모르는 길을 정처 없이 걸어다니고
한강 다리를 건너는 버스를 찾아다니며 시간을 죽이고
이태원 술집에서 다른 사람들 노는 거 보며 술에 찌들어 시간과 돈을 낭비 했겠죠.
조금 나아졌나 하다가도 사람들이 조금만 부정적인 어조나 심기 긁는 단어 쓰면 바로 무너졌을 거고요.
상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제 마음대로 부정적으로 해석했을 거고요.
아마도 제 방황은 11월 한 달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12월, 1월 내내 끝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 이 못난 집사도 집사라고 완연히 믿고 의지하는 내 새끼들을 보니 정신차려지더라고요.
내가 나를 챙겨야, 내가 행복해야 내 새끼들도 행복해지겠더라고요.
어느새 제가 느끼는 행복감은 오롯이 저를 위한 일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약간의 숙제 같습니다.
사랑하는 내 새끼들을 위해서라도 행복하고, 건강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잘 챙겨보고자 합니다.
매해 겨울은 늘 정서적으로 힘들 때가 많은데요.
이번 겨울도 아이들 덕분에 잘 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분명히 제가 키우자고 데려온 아이들인데,
이 아이들 덕분에 제가 크는 것 같아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
가끔 저를 세상에 붙잡아주는 게 이 아이들인 것 같아 감사합니다.
깊이 사랑하는 무언가가 생긴다는 건, 부족한 나를 믿어주고 헌신하는 생명체가 있다는 건
가장 행복한 지옥이자 가장 어려운 천국이네요.
그래도 이 글을 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오롯이 사랑하는 존재가 있었으면,
또 그 존재가 믿어주고 헌신해줬으면 합니다.
오늘도 주절주절 뇌를 거치지 않는 말이 많았는데요.
이 주절주절 글을 읽어주러 와주시는 분들 늘 감사합니다.
소중한 존재들과 따듯한 12월 보내길 바랍니다.